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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시 가을노래 / 옆 사람에게

by 하니번잡 2019. 10. 29.

가을시 가을노래 / 옆 사람에게


우리 가랑잎처럼 구르다.

잠시 여기 같이 앉았구려


당신은 

뉘시며

어디로 가시옵는지


알아봐야 

아무 소용없는 것을...


스쳐 지나가는 바람

그 아쉬움이 내 가슴에

이오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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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래전

지방에 잠시 근무한적이 있다.

그 시절 나는 

왠지 모르는 외로움으로

밤이면 홀로 숙소를 빠져나와 혼술을 즐기곤 했다.


조그만 카페같은 

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 

그 조용한 술집은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재즈들을 틀어주곤 했다.


자주가다보니

어느날엔가부터 

거기 자주나오는 어린 알바 소녀와 말을 트게 되었다.

극도로 낯선 사람과 차단증이 있었던 나였는데,

그 소녀는 이상하게 쉽게 다가와 졌다.


그리고 어느새 신나게 오래된 재즈 가수들 이야기와 

그녀의 관심사이던 해방전후 육이오 전후 한국 소설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.

그리고 그런 밤들이 좋아 자주 그 카페를 찾기도 했다.


그러다

그 소녀가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았고,

궁금하였으나 나도 바쁜 나날에 그 카페에 발길이 뜸 해졌다.


그후로 어느날엔가

나는 서울 출장을 마치고 고속버스에 탔는데,

그 소녀가 어떤 어린아이와 마침 내가 탄 고속버스를 탑승하고 있었다.

나는 반가운 마음에 아는체를 했고,

그녀도 많이 반가워 했으나 어느새 그늘진 얼굴로 내 건너편 자리에 어린 여자아이와 같이 앉았다.


그동안의 아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길기를 하던중 

옆에 앉은 여자 어린아이가 자기 딸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다.

아직 어린데.. 어쩌다가 ...

나는 좀 불쌍한 마음도 들고 감정이 복잡해 졌다.

불량한 아이인가? 무슨 사연이 있나?

그러나 자세한 이야기를 않는데 꼬치꼬치 물어 볼 수는 없었다.


에쁘장하고 키도 크고 말하는것으로 보아서는 불량하지도 않은데..

왜 어린 나이에 ....

잠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멈추었을때 나는 음료와 먹을것을 사서

아이와 그 소녀에게 주었다.


그 소녀는 아이에게 다소 쌀쌀맞게 대했으나 아이는 마냥 즐거운 모습이었다.

얼마후 그 지방의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을때는 

밤이 한창 깊은 시간이었고, 늦 가을의 날씨는 차거웠다.

나는 그 소녀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.


그리고 저녁을 사 주겠노라고 했더니 순순히 따라왔다.

어딘가 측은한 모습 그러나 불쌍해 보이지는 않은..